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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07일 23시 59분

[포모스=강영훈 기자]프로게이머로 지낸 2년은 인생의 큰 밑거름 될 것

CJ엔투스의 주전급 선수로 활동하던 중 지난 3월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홀연히 사라졌던 전(前)  프로게이머 장육이 7일 대한민국 육군 현역으로 입대했다.

2006년 초 프로게이머로 발걸음을 내딛었던 장육은 데뷔 당시 스타리그 예선장에서 '천재테란' 이윤열(위메이드)을 제압한 경기가 방송을 타게 되면서 떠들썩하게 등장했던 선수였다.

게다가 장육은 첫 스타리그에서 임요환(공군)과의 라이드 오브 발키리 혈전으로 주목을 받은 뒤, '사신' 오영종(공군)을 꺾는 등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그 이후로는 개인리그에서 딱히 활약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장육은 팀플레이를 전담하다시피 하면서 CJ엔투스가 'SKY 프로리그 2006 후기리그'와 '신한은행 프로리그 2007 후기리그'에서 결승까지 진출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렇기에 장육의 갑작스런 은퇴 소식은 의외였고 주위에서의 아쉬움도 클 수 밖에 없었다. 은퇴 후 장육의 행보가 궁금하던 차에 마침 CJ엔투스의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 시즌 첫 경기를 응원하러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인터뷰를 시도했다. 오랜만에 만난 장육은 놀랍게도 입대를 하루 남기고 있었고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지만 결국 뒤늦게나마 당시 은퇴의 배경 등 그동안 궁금했던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신한은행 프로리그 2007 후기리그 결승전에서 패했던 충격이 가장 큰 이유가 됐던 것 같아요. 정말 우승하고 싶었고 그걸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참아 냈는데 한순간의 실수가 모든 것을 망쳤죠. 물론 은퇴 배경에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또 한가지, 프로게이머로서 팀플레이에 대한 압박이 굉장히 심했어요.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았고 다음 시즌에도 또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정말 싫었습니다. 감독님께서 이런 고민을 알고 개인전 출전을 시켜주신다고 했지만 그 때는 이미 자포자기 단계에 있었어요"

애초에 개인전에서 주목 받았던 선수였지만 게임단 체제가 프로리그 위주로 돌아가면서 팀플레이에 전담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장육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고. 물론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장육의 경우 개인리그에 대한 미련은 다른 팀플레이 선수들보다 조금은 특별한 듯 싶었다.

"처음부터 우승자를 보고 나서 프로게이머에 대한 꿈을 키웠어요. 잠실에서 있었던 임요환 선수와 박정석 선수의 결승전을 보러 갔었는데 그 때 경기가 저에게 있어서 프로게이머가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줬거든요."

장육의 프로게이머 입문과정은 그리 어려운 편이 아니었다. 반은 재미로 출전한 KeSPA컵에서 지금 이스트로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희승과 신희승의 친형이랑 팀을 만들어 출전해 부산 지역 1위를 한 것이 인연이 되어 당시 GO팀의 코칭스태프에게 눈도장을 찍은 것.

"지금은 게임을 그만둔 (박)신영이 형을 길드에서 알고 있었는데 제가 부산 대회에서 12승 1패 정도로 성적이 좋았어요. 당시 김동우 코치님에게 게임해 볼 생각이 있냐고 제의가 들어왔었고 그 때 아마 배틀넷에서 (김)성기 형이랑 테스트 식으로 3판을 해서 2번 이기고 1번 졌을 거에요. 당시에만 해도 호기심이 굉장히 컸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좋아서 프로게이머 제의를 호의적으로 받아 들였죠. 운이 좋았는지 어렵게 프로게이머가 된 케이스는 아니에요."

서두에 말했듯 프로게이머가 되고 난 뒤에도 장육의 출발은 화려했다.

"처음부터 이윤열, 임요환, 오영종 선수 등 굉장히 네임벨류가 높은 선수들이랑 게임을 했잖아요. 그렇게 되니까 나중에는 그런 선수들이랑만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주제도 모르고 눈이 높아졌다고 할까요? 그 후에 제가 게을러졌어요. 또 프로리그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제가 팀플레이를 맡게 됐는데 그럴 경우 팀플레이 연습을 끝내고 개인리그 연습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게을러 졌으니까."

후에 장육은 스스로 재능형이 아닌 노력형 게이머였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게을러진 장육은 방송경기에서 계속해서 비슷한 빌드와 운영으로 경기에 나섰고 결과는 개인리그의 슬럼프로 고스란히 돌아왔다.

"솔직히 자만심이 컸죠. 연습할 때 거의 안졌거든요. 해봤자 계속 이기는데 뭐하러 하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막상 방송경기에 나가면 연습처럼 안되더라고요. 연습할 때는 상대의 변수에 대한 대처도 정말 기가 막히게 막는데 막상 대회에서는 그게 안되니까 경기하면서 스스로 자신에게 짜증이 나더라고요.또 (마)재윤이형이 전성기를 누릴 때 거의 1년 동안 옆자리에 앉았는데 그것도 컸죠. 재윤이형이랑 똑같이 해도 방송경기에 나가면 재윤이형은 다 이기는데 저는 잘 안되더라고요(웃음)"

그렇다면 장육이 생각하는 가장 아쉬웠던 경기는 뭘까?

물론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진 경기가 가장 아쉽지만 개인리그 얘기를 계속 하자면 스타리그에서 이윤열 선수한테 졌던 경기죠. 그 때 듀얼토너먼트에서 2승을 거두기도 했고 스스로 '테란전은 절대 안져'라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을 때라 이윤열 선수를 상대로 자신감이 넘쳤어요. 근데 정말 부끄럽게 타우크로스에서 아무것도 못해보고 졌어요. 이윤열 선수가 더블 커맨드를 할 것 처럼 페이크를 주고 빠르게 드랍십을 썼는데 정말 생전 처음 보는 빌드에 당한 거죠. 그런 빌드는 진짜 스타크래프트를 하면서 처음 당해봤어요."

문득 올해 초에 있었던 장육의 마지막 공식전 경기가 생각났다. 지금은 공군에 입대한 위메이드의 한동욱에게 당시 신맵이었던 트로이에서 뉴클리어(핵)까지 맞으며 패했던 경기로 항간에는 이 때의 패배가 장육을 은퇴시킨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었다.

"그 때 제가 은퇴를 놓고 고민을 할 때였어요. 집에 내려 갔다가 연습도 하나도 못한 상태에서 그냥 3해처리 뮤탈리스크 전략을 썼는데 그렇게 진 거에요. 확실히 충격이 컸지만 그 경기에 대한 미련은 없어요."

이후 장육은 코칭스태프와 팀원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은퇴를 결심했다. CJ엔투스는 실력과 인기 모든 면에서 정상에 있는 팀이다. 그런 팀에서 주전멤버로 활동한다는 점은 프로게이머로서 자부심을 느낄 만도 한데 왜 한사코 은퇴를 결심했던 걸까. 아쉬움은 없었던 걸까?

"제가 아주 나쁜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바로 고집이에요. 프로게이머를 시작할 때도 가족들과 친구들 모두가 반대했는데 저 혼자 학교까지 그만두면서 시작했죠. 은퇴할 때도 감독님께서는 '그냥 집에 며칠 갔다 오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는데 제가 고집을 피우면 아무 소리도 안들리거든요. 사실 이기적인 행동이었지만 그 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잘 참고 견뎠어야 하는데 지금도 어리지만 그 때는 더 어렸는지 그 당시 제 위치에 대한 소중함을 몰랐으니까요."

은퇴 이후 장육은 계획했던 체육대학으로의 편입도 행정상의 문제로 이루지 못했고 결국 반 백수의 생활을 해야만 했다. 청소년 레저활동을 지도하는 교관으로 아르바이트도 했지만 느낀 점은 '정말 돈 벌기 힘들구나'하는 것이었다고.

"미래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놀지도 못하겠더라고요. 근데 진짜 사회생활은 힘든 것 같아요. 프로게이머들은 얼마나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건지 뼈저리게 깨달아야 합니다. 물론 게이머 생활을 하다 보면 게임하는게 싫어질 때가 있죠. 저처럼. 하지만 프로게이머가 됐다면 이미 수백 수천의 경쟁을 뚫은 건데 1~2년 성적을 못냈다고 포기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사람이라면 어디서도 살아 남지 못하겠죠. 어디서 뭘 하든지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누구에게나 기회와 슬럼프는 한번씩 온다고 생각해요. 그 기회를 잘 살리면 말 그대로 일류급 선수가 되는 거고 그 기회를 놓치면 저 같이 되는 거에요."

"그런 면에서 임요환 선수나 이윤열 선수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프로게이머가 안됐더라도 어디 가서든지 성공할 사람들이에요. 과거의 제 얘기지만 그런 선수들을 한 번 이겼다고 좋아할 게 아니더라고요. 정말 그 선수를 이기리면 여태까지 그 선수가 쌓았던 업적을 다 따라 잡아야겠죠. 특히 이윤열 선수 같은 경우는 오랜 슬럼프를 겪고도 결국 이겨냈잖아요. 정말 대단해요"

문득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란 문구가 떠올랐다. 엉뚱한 상상이지만 지금의 장육이 과거의 장육에게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다면 해 줄 얘기가 정말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프로게이머를 했던 2년 동안 정말 소중한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제가 나중에 뭘 하더라도 프로게이머를 했었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닐텐데 그것이 제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프로게이머로 살았던 2년의 시간을 돌이켜 봤을 때 '후회보다는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고 얘기하는 장육. 비록 프로게이머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겪은 '실패'의 경험이 앞으로의 성공적인 군생활, 나아가서는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란 기대를 해 본다.




본문에 사진도 있었는데
음..

사진이나 리플은 본 싸이트 가서... ㅋ



괜히 나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인터뷰였다.

그래서 내가 프로게이머를 좋아하는거지.... 라고 생각되더라,


잘하는 사람을 좋아하는건 당연한거지만

열심히 하고 노력하는 애들은 ... 좋아할 수 밖에 없어

꿈에 도전 하는 사람은 내 이상향이니까


비록 지금은 빛을 못보는 사람이라고 해도,
얼마나 열심히 하고 그 의지가 보이는지에..
그 선수를 응원하게 되고
나 또한 그런 선수의 플레이에 즐거움, 행복을 느끼고 힘을 받거든


그래서 내가 유독 프로게이머들을 좋아하는거고.......
또 안타깝기 때문에 더더욱 응원해 주고 싶달까


모든 프로게이머들 화이팅이다.



p.s. 사실.... 육이 같은 경우에는.... 본인의 그러한 특성 때문에 빛을 못 본 경우이기도 한데
      그래도 조금 더... 자신을 봐주는 사람들을 생각했더라면..
      그렇게 그만 두진 않았을거 같다 ..
      (라고 쓰면서도 나 또한 그런 생각이 들긴 하는데.. 역시 자기 입장이라면 어쩔 수 없나봐 ㅋ...)

      이젠ㅠ 제법.. 많은 게이머들의 은퇴를 봐왔지만 ...
      왜 하필 이 선수일까 하는 생각도 들긴 했다.
      어쩔 수 없는 한국 스타계의 약한 저그 그 숙명일까 라면서.......

      그런 생각이 드는 중에 제일 컸던게 조용호의 경우였고.....
      지금도 내가 되돌릴 수만 있다면 되돌리고 싶을 정도니까 ;

      육이도 아깝기는 하지만..... 
      다른 꿈이 있어서 간거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마음 쓰이거나 하진 않았는데 ;
      역시 사람들에겐 모두 속사정이 있는거니까......
      팀플 때문에 그랬던게 컸구나,,, 하고 이제 알게 되었다.
      이번 시즌 부터 없어진 팀플 때문에 누구보다도 속상할거 같다... 에긍...

      그리고 이번에 종족 의무 출전이 생기면서 '아 이게 뭐냐고-_-' 하긴 했지만
      그래도 저그가 한게임당 1번 이상은 개인전에 나오니....
      그래, 막상 뚜껑을 열어놓으니 좋다! 싶더라
      (아무리 그래도....... 동족전 나오는건 엄청.. 짜증나지만-_-)

      여튼... 그 많은 속마음에서 조금 알게 되니 또 내 마음이 편하질 않네
      언젠가 다시 이스포츠 쪽에서 보게 된다면
      그땐 좀 더 성장한 장육이 되어서 돌아와 주었으면 좋겠다.


p.s. 그 결승전에서...... 그래, 그때..... CJ도 충분히 우승 할 타이밍이였고
      그랬었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말이야..

Posted by catch_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