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모스 기사 연결 : [30문30답]KTF의 새로운 사령탑 이지훈 감독
2008년 10월 23일 14시 49분
[포모스=심현 기자]피파 게이머에서 명문 게임단 사령탑으로 변신
전용준 캐스터의 지목으로 서른 번째 30문30답의 주인공은 KTF의 새로운 사령탑인 이지훈 감독으로 결정됐다.
이지훈 감독은 피파 프로게이머로 출신으로 KTF 소속 선수로 뛰었을 당시 WCG를 비롯해 수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군입대와 함께 사실상 프로 세계에서 은퇴한 이 감독은 KTF의 수석 코치를 거쳐 08-09 시즌 감독직을 역임하게 됐다.
프로리그 우승을 위해 KTF의 새로운 사령탑을 맡게 된 이지훈 감독, 이번 30문30답을 통해 선수 이지훈이 아닌 감독 이지훈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 감독 이지훈.......
- ‘인간 이지훈’은 이런 사람이다. 자기 소개 한마디
▲ 안녕하세요 KTF매직엔스 감독 이지훈입니다. 항상 잘 웃고 항상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열정 없는 삶은 의미가 없다’ 라는 좌우명을 가진 29살 신체 건강한 청년입니다.
- 최강의 피파 프로게이머였는데, 피파 프로게이머로 나서게 된 계기는
▲ 어렸을 때부터 나는 축구광이었다. 아버지가 축구를 워낙 잘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축구장에 따라다니면서 축구에 재미를 붙였고 자연스럽게 게임도 축구게임을 즐기게 되었다. 중학교 때부터 집에서 컴퓨터로 피파를 즐겼고 오락실에 가도 축구 게임만 해왔다. 98년 스타크래프트가 나오면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친구들과 함께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러 PC방을 자주 갔었다. 그러던 와중 PC방에 붙어있던 피파 대회 포스터를 보고 호기심에 시작을 했는데 전문적으로 하지도 않았던 내가 그때 당시 고수로 불리던 게이머들을 하나하나 이겼다. 그러다가 첫 대회를 나가게 되었고, 그 대회에서는 8강에서 탈락했지만 바로 그 다음 대회부터 몇 개의 대회를 연속으로 우승을 했다. 그로 인해 n016(KTF 매직엔스의 전신) 프로게임단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고, 그때부터 피파 프로게이머를 시작했다.
- 수 많은 피파 대회를 휩쓸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 WCGC(World Cyber Games Challenge) 금메달이다.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연봉도 받고 우승도 많이 차지했지만 부모님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부모님께서는 그냥 ‘오락’ 이라고만 생각하셨기 때문에 상금을 타거나 방송에 나와도 탐탁지 않게 생각하셨다. 그러나 WCGC 금메달을 따니 ‘우리 아들이 세계최고구나’ 라고 느끼시면서, 그때부터 믿어주시고 응원을 해주셨다.
- 감독 부임 후 첫 시즌을 치르고 있는데, 생각한대로 팀이 잘 운영되고 있는가
▲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내 생각대로 잘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즌 초반 성적이 기대했던 만큼 뛰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아직 몇 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다. 2008 시즌 때부터 팀을 봐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팀 내 문제점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팀 내 문제라 함은 선수들의 기량 부분은 물론 팀 분위기 쇄신이라든지 선수들의 동기부여나 여러 가지 관점에서 팀을 지켜보고 해결방안을 찾았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다. 코칭스태프, 선수들, 사무국이 삼위일체가 되어서 이번 시즌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욱 더 좋은 방향으로 운영될 것이다.
- 현재 KTF 매직엔스의 강점/약점
▲ KTF 매직엔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KTF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강점은 테란 이영호, 박찬수 원투 펀치의 보유이며, 약점은 허리라인 부실을 꼽을 수 있다.
최근 이영호 선수의 페이스가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하고 있고, 최근 경기를 통해서 점차 나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팀 내부적으로는 큰 걱정은 하고 있지 않다. 다만 프로게이머 랭킹 1위, KTF 부동의 에이스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아직은 영호가 어리기 때문에 주변 상황에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또 하나의 에이스 박찬수는 시즌 초반 KTF를 책임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뛰어난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이적 후에도 흔들림 없이 안정된 경기력으로 예상보다 훨씬 만족하고 있다. 이영호와 박찬수 두 명의 존재만으로도 다른 팀들의 위협이 되는 것이 우리의 최대 강점이다.
약점은 허리라인의 부실이다. 종족별 의무 출전 규정은 현재 우리 팀에게는 안 좋은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팀플 전문 선수였던 김영진 만이 좋은 경기력으로 신뢰를 주고 있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아직’ 이다.
다른 팀에 비해서 좋은 저그 라인이긴 하지만 박찬수 이외에 확실히 승리를 책임져줄 선수가 아직 없고, 프로토스 라인은 시즌 초반 KTF의 최대 약점이다.
시즌 초반 기대를 모았던 박재영은 연패를 거듭하며 주춤했고, 프로토스 이영호도 공식전 연패 중이며 팀 내 최고 기대주였던 우정호의 방송무대의 경기력은 답답함만이 가득하다. 그러나 비시즌 동안 가장 많은 기량 향상을 보여줬고 프로리그에 대한 의욕도 강하기 때문에 이번 시즌 프로토스 선수들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비록 초반 페이스는 좋지 않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어린 선수들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안정될 것으로 본다. 성장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좀더 많은 경험과 기회를 부여하고 여유를 갖고 지켜볼 생각이다.
- 선수들을 육성, 지도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 인성교육에 주안점을 둔다. 아무리 잘나고 뛰어나도 결국엔 사람이 되지 못하면 그 선수는 일시적인 스타일뿐 롱런하지 못한다. 물론 실력도 중요하지만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 코칭스태프들과의 호흡은 어떤지, 각 코치들의 장점들을 말해달라
▲ 코칭스태프의 호흡은 아주 좋다. 많은 대화를 통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조율하여 어떻게 하면 좋은 방향으로 팀을 이끌어 나갈 것 인지에 대해서 함께 하고 있다.
이길만 생활코치는 KTF의 살림꾼이다. 이길만 코치가 없으면 팀이 안 돌아간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선수들이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항상 힘쓰고 노력한다. 나보다 연장자지만 항상 나를 존중해주고 조언을 해주기 때문에 든든하다.
두 명의 전략코치 조병호 코치와 강도경 코치는 둘을 섞어놓으면 좋겠다(웃음). 조병호 코치는 조금은 소심해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가슴 속에 품고 있다. 반면에 강도경 코치는 상당히 직설적이라 바로 내뱉는 스타일이다.
두 코치의 사이는 너무나도 좋다. 평소에는 둘이 사귀는 사이처럼 티격태격 알콩달콩 사이가 좋다가도 업무적인 일로는 마찰이 있다. 서로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둘 다 고집이 있어서 좀처럼 타협이 이루어 지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중간에서 ‘네 얘기도 옳다. 네 얘기도 옳다’ 양쪽 다 의견을 들어보고 조율을 한다. 이건 뭐 ‘4주 후에 봅시다’도 아니고(웃음).
두 코치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두 코치 모두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물론 그 코치들도 감독인 나를 존중해주고 내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고 있다.
- 오랫동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KTF의 감독으로써 부담감이 심하지는 않은지
▲ 물론 부담감은 크다. 수석코치로 일할 때 보다 몇 배 아니 몇 백배의 부담이다. 선수시절 KTF가 우승문턱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봤고 슬픔과 좌절도 함께 했다. 그렇기에 우승이 더욱 더 간절하고 욕심이 난다. KTF에서 선수로서의 꿈을 이뤄냈고, 이제는 감독으로서의 꿈을 KTF에서 이뤄내고 싶다. 그리고 나를 믿어주는 모든 사람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 부담은 크지만 즐기려고 한다. 세상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 친하게 지내는 관계자들이 있다면 누구인가?
▲ 30문 30답을 넘겨주신 (전)용준이 형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1999년 인천방송에서 내가 방송데뷔 할 때 캐스터였다. 첫인상은 별로 였다(웃음). 평소에 절대로 좋은 얘기는 안 해주신다. 방송으로 보이는 신사적인 이미지는...방송용이다! (폭로 수준인가?) 용준이 형 팬들에게 비난 받을지 모르지만...하지만 그런 모습에서 인간미를 느꼈고 의지할 수 있는 형님이 됐다. 용준 형과의 수많은 술자리에서 질타와 조언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고 지금까지도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 예전에 내가 장가갈 때 사회 봐주신다고 했었는데...기억하고 계실지 모르겠다. 용준 형님 약속 꼭 지켜주셔야 해요(웃음)!
- 여가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 나도 출신이 프로게이머인지라 여가시간에도 게임을 하면서 지낸다. 주로 스타크래프트 팀플을 자주 하고 FPS 게임도 좋아하기 때문에 스포, 서든어택, 카운터스트라이크를 돌아가면서 즐긴다. 한때는 카운터스트라이크 대회에도 출전할 정도로 푹 빠져있었다. 피파 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카운터스트라이크 선수로 대회에 몰래 참가했다가 당시 정수영 감독님한테 호되게 혼난 적도 있다.
- 나의 이런 면이 가장 좋다/싫다
▲ 나의 좋은 점은 매사에 긍정적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쳐도 항상 긍정적으로 대처한다. 인상 쓰고 고민하고 끙끙 앓아봤자 어차피 내가 해결해야 할 일이고 내가 판단하고 내가 책임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모든 일들을 처리한다.
반면 싫은 점은 약간 우유부단하다는 점, 성격이 급하다는 점이다. 우유부단함은 나 자신도 알고 있는 상태라서 많이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 현재 자신이 가진 것 중 보물 1호는
▲ 어릴 때였으면 자동차, 옷, 최신 멀티미디어 기기를 보물이라고 했을 텐데...나이를 먹고 철이 들어가는 과정인지 사람이 가장 소중하다고 느낀다. 가족, 사랑하는 여자친구, KTF 선수단, 친구들. 이 소중한 사람들이 모두 내 보물이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은
▲ 피파 선수시절 한 여성 팬이 사인 요청을 해왔다. 사인만 해서 드리니까 그분께서 ‘다른 멘트도 좀 써주세요!’ 하시는데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래서 여성분이니 아무 생각 없이 ‘예뻐지세요’ 라고 써드렸다. 받으시더니 표정이 별로 안 좋으시더라. 순간 왜 그러지 당황하고 있었는데 ‘제가 못 생겼나요…ㅠ_ㅠ’ 이러시더니 가셨다.
여성분에게 ‘예뻐지세요’라니... 그냥 더 아름다워 지시고 예뻐지시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는데 그 분은 ‘못생겼으니 예뻐지도록 분발하세요’라고 받아들이신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서 사과 드리고 싶다.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아하하.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한분 한분 일일이 열거하기는 힘들지만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최근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람은 내 옆에 있는 사랑하는 여자친구다. 내 현재 목표는 팀의 우승이고 삶의 목표는 지금의 여자친구와 함께 하는 것이다. 20살에 e스포츠에 뛰어들어 정신 없이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이 사람과 함께 하면 삶이 행복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열심히 하고 있고 더욱 욕심이 난다.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 꼭 그렇게 만들겠다.
- 10년 뒤 이지훈의 모습은 어떨까?
▲ 언젠가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는 ‘학교에서 체육교사를 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대답했었다. 체육교사가 되고 싶어서 사범대 체육교육과를 선택했고 프로게이머 은퇴 후에 군복무를 마치고 체육교사가 되기 위해 집중했지만, KTF가 내 운명인지 다시 복귀하게 되었다. 지금의 10년 뒤라... 딱히 떠올려 본적은 없지만 e스포츠를 위해 여전히 일하고 있지 않을까?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싶다.
- 신인 선수들을 발굴할 때 가장 먼저 보는 부분은
▲ 선수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학업과 게임을 같이 하는 경우는 거의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이 학업은 제쳐둔 상태에서 게임에만 몰두하고 있다. 중, 고등학교 시절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인데 그 과정을 생략하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의 사회성을 가르치고 인성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신인 선수들을 볼 때는 인성과 성실함을 가장 먼저 본다. 인성과 성실함을 갖추고 있고 어느 정도의 센스와 실력만 있다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피파 프로게이머였는데, 기타 종목 육성의 중요성을 느끼시는지 궁금하다
▲ 기타 종목 육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e스포츠= 스타크래프트’ 라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스타크래프트2의 출시가 다가오고 있지만 지금의 스타크래프트만큼의 인기를 누릴지는 미지수고, 그렇기 때문에라도 더더욱 기타종목 육성이 시급하다.
현재 팀 내부적으로 국산 종목의 팀 창단을 진행중이며 조만간 실행에 옮길 것이다. 기대해달라.
- 자신을 지명한 전용준 캐스터의 질문/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최고의 팀 KTF의 사령탑까지 맡게 되었다. 한마디로 이지훈의 성공시대이다. 그런데 외부의 기대만큼 팀의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전문가 전력 평가 역시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이지훈 성공시대의 정점이 될 수도 장애가 될 수도 있는 KTF의 부활 여부에 대해 고민은 뭔지, 복안은 있는지 속 시원히 말해 달라.
▲ 선수-수석코치-감독까지 이어지면서 현재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흘러온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의 프로리그 성적에 따라 평가가 내려질 것이고 성공 여부는 그때 가봐야 알 것 같다.
외부에서 우려하는 바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나 자신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능한 코치들과 좋은 선수들이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미래는 희망적이고 자신 있다. 밝힐 수는 없지만 팀 내부적으로 심각한 문제들이 많았다. 그러한 문제들을 충분히 해결했고, 수시로 점검하고 대처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그러한 문제들이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을 자신 한다.
- 30문 30답 다음 선수 혹은 관계자 지목/가장 물어보고 싶은 질문 하나
▲ 김정민 해설. 평소 아끼는 동생으로서 해설자로서 성공한 모습이 자랑스럽다. 하지만 곧 군입대를 앞두고 있음에 안타깝기만 하다. 선수로서 성공적인 시절을 보냈고 해설로도 성공을 했는데 다른 분야에도 도전을 해보고 싶은지 궁금하다.
▶ 팬들은 이것이 궁금하다!
- 피파 프로게이머였는데, 스타크래프트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 나는 자칭 태풍저그다(웃음). 수년 전 KTF 숙소에서 (홍)진호와 옆자리였다. 그때 당시 진호가 말하길 9드론 발업 저글링이면 공방에서는 웬만하면 이긴다고 했다. 그래서 전수를 받았고 쏠쏠하게 승리를 거뒀다. 나중에는 원해처리 저글링 러커도 가르쳐주더라. 물론 그 가르침으로 많이 승리를 했다. 그때 당시엔 매우 고마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진호가 원래 조금 ‘귀차니스트’다. 다른 것은 가르쳐주기 귀찮아서 그랬던 것 같다(웃음).
그 후 저그를 계속해 왔고, 지금도 주종족은 저그다. 배틀넷 성적은 1000승 300패 정도 되는 것 같다.
- 타 팀 선수 중 KTF에게 위협을 느낄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는 선수는?
▲ 박찬수가 우리 팀이 되기 전까지는 박찬수가 가장 위협적이었다. 최근 상대전적에서 온게임넷에 5연패 중이고 그 중심에 박찬수가 있었다. 영호를 8강에서 떨어뜨린 것도 박찬수다. 상대팀이었을 때는 미웠지만 이제는 예쁘다(웃음).
기량이 출중한 선수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한 명을 꼽기는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상대적으로 약한 팀들의 에이스급 선수들은 무서운 것이 사실이다.
- 우정호, 이영호(P), 박재영 이 셋의 잠재력은 어느 정도인지? 감독님이 보시는 KTF의 차세대 3토스의 차이점은?
▲ 우정호 : 2008 시즌에 가장 기대를 한 선수다. 팀 내에서도 테란 이영호 다음으로 랭킹이 높았고, 김철 감독님 시절에도 주력 프로토스로 키워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방송무대에서의 보여주는 경기력은 팀은 물론 자기 자신에게도 실망을 안겼고, 오히려 그 점이 발목을 잡아 실력이 퇴보되는 느낌을 받았다. 연습량도 많고 경기력도 나쁘지 않은데 유독 방송경기만 나가면 경기 중에 잠시 다른 곳을 갔다 오는 것처럼 흐름이 뚝뚝 끊기는 현상이 발생한다. 많은 방송 경험을 통해서 극복해야 할 과제이며 KTF 프로토스 라인의 숙제이기도 하다.
이영호 : 2008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해준 선수다. 강민, 박정석이 기대 만큼 큰 활약을 못해준 상태에서 이영호는 가뭄 끝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전략과 전술, 다이내믹한 플레이, 보는 이로 하여금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경기력으로 많은 기대를 한 선수다. 그러나 연패를 거듭하면서 자신감을 상실했고 곧바로 부진으로 이어졌다. 비시즌 동안 자신의 실력을 인지하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아직까지 2008 시즌 초반만큼의 경기력은 나오지 않는다. 한번 기회를 잡으면 반드시 흐름을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활약했던 순간들이 있기 때문에 그 흐름은 남들보다 빠르게 온다고 본다. 지금은 자신감을 가지고 플레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박재영 : 2008 시즌은 이영호에게 기대를 걸었다면 이번 08-09 시즌은 박재영에게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초반 연패를 거듭하면서 자신감을 잃었고 곧 KTF 프로토스라인의 빨간 불이 켜졌다. 그러나 위로가 될만한 점은 자기 스타일을 확실히 보여줬고 우정호, 이영호와 달리 과감함을 보여줬다. 아직 경험이 적기 때문에 순간적인 판단 미스로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점만 보완하면 충분히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 박재영은 노력파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 아니 몇 십배 이상 노력한다. 그 노력이 빛을 보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PS : KTF 프로토스들아, 너희는 아직 송병구도, 도재욱도, 김택용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너희들이 그 선수들만큼 성장하길 간절히 바라고 기대하고 있다. 연패한다고 기죽을 필요 없다. KTF의 대표 프로토스는 더 이상 강민, 박정석이 아니다. 우정호, 이영호, 박재영 너희들이다.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길 바란다. 힘내라.
- 최근 테란 이영호 선수의 부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팀 내부적으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여전히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고 이영호는 KTF의 에이스다. 그렇기 때문에 믿고 힘을 실어주고 있다.
스포츠는 언제나 의외성이 존재한다. 강한 팀, 강한 선수는 승리 확률이 높은 것이지 100% 승리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경기는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 다만 거의 이기기만 하던 선수가 주춤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일 수 있다. 코칭스태프도 이 부분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지켜본 결과 일시적인 현상이고 이영호 선수의 경기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최근 경기를 보시면 알겠지만 이영호는 다시 살아나고 있고, 박찬수와의 호흡으로 더욱 더 강력한 모습을 선보일 것이다.
- 팀에 주축이자 정신적인 지주역할을 하던 올드 들이 빠져나가서 팀에 혼란은 없는지?
▲ KTF 올드 선수들하고는 개인적으로 많은 친분이 있다. 그 친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오히려 올드가 없는 KTF는 더 발전적이다. KTF는 e스포츠계의 별들이 모여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단합이 힘들었고, 그 선수들의 눈치를 보면서 팀이 운영됐었다. 그 선수들에 의해 팀이 좌지우지되고 중심을 못 잡았기 때문에 최근의 성적부진으로 까지 이어졌다고 생각을 한다. 물론 KTF가 명문 구단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선수들의 공이 크다. 그러나 지금의 KTF 팀 컬러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선수들도 이런 팀 컬러에 빠르게 적응을 했고, 지금의 KTF는 완벽한 세대교체를 이뤄냈다고 할 수 있겠다.
- KTF에서 놀 때 가장 잘 노는(적극적인) 선수는? 가장 잘 안 노는(소심한) 선수는?
▲ 팀 운영 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이 팀워크이며 단합이다. 그래서 무엇을 해도 함께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끌어 가려고 노력한다. 딱히 누가 적극적이고 소심한 것은 없는 것 같다. 혹시라도 있다고 해도 실명을 거론하면서까지 이야기하는 건 소심한 그 선수가 이 글을 보면 더욱더 소심해질 까봐 걱정이 된다(웃음).
- 피파 프로게이머 시절, 스타의 인기가 부러워서 스타로 전향하려고 해 본적이 있는지
▲ 주변에서 그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차라리 스타크래프트를 하지!’ 내가 피파 프로게이머를 했을 당시만 해도 스타크래프트와 동등한 대우를 받았다. 대회 규모라든지 상금 규모도 스타크래프트와 같았고 충분히 인기가 있었다. 내가 프로게이머로서 성공한 종목은 피파였고, 피파로 인해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단 한번도 스타크래프트 선수로 전향을 생각해 본적은 없다. 스타크래프트2가 나오면 도전해볼 까는 생각 중이다^^; 물론 배틀넷에서만 통하는 실력이겠지만(웃음).
- KTF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얌전하고 내성적인 것처럼 보이는데 외향적으로 변하면 성적에도 득이 되지 않을까요?
▲ 방송으로나 외부적으로 보여지는 것은 얌전하고 내성적인 것이 맞다. 그러나 팀 내에서는 그렇게 소극적인 선수들은 없다. 서로 장난도 많이 치고 농담도 많이 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이 연습을 하고 지낸다.
아무래도 KTF가 다른 팀에 비해서 세리머니와 쇼맨십이 부족하기 때문에 걱정하시는데 프런트에서도 이런 것을 고치기 위해서 매 경기 세리머니상을 신설했다.
기존에 MVP, MIP 외에 세리머니상을 추가해서 좀 더 많은 세리머니를 유도하고 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세리머니상을 신설한 후에 선수들이 조금은 적극적으로 변한 것 같아서 긍정적이다.
- 그 동안의 팀 내 랭킹전을 볼 때, 홍진호 선수나, 공군에 간 박정석 선수의 재기 가능성은?
▲ 오랫동안 두 선수와 함께 생활했기 때문에 두 선수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 언젠가 진호에게 ‘연습 좀 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자 진호가 ‘공군 가서 열심히 할거야. 지켜봐’라고 답했다. 진호는 게임 센스가 발군이기 때문에 조금만 연습해도 좋은 경기력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박)정석이는 정말 많은 노력을 한다. 화려한 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겸손한 자세로 자신을 낮추고 현실을 직시한다. 예전만큼의 포스는 기대하기 힘들겠지만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충분히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두 선수의 부활을 기대하며 몸 건강히 군생활 마쳤으면 좋겠다.
- 우승자 출신을 제외하고 다른 팀 선수들 중 가장 데려 오고 싶은 선수는?
▲ 가장 먼저 떠오르는 종족은 프로토스다. 현재 워낙 프로토스들이 침체되어 있다 보니 떠오르는 게 프로토스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삼성전자 허영무의 플레이를 좋아한다. 경기 내에서의 판단과 침착함은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 KTF에는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지만, 방송에서 실력을 만개시키는 선수가 부족한데 그에 대한 복안이 있는지
▲ 2008 시즌에 비하면 상당히 두터워진 선수층이다. 그러나 이영호, 박찬수 외에 필승 카드로 내세울 수 있는 선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여러 명의 선수들이 아직 방송경기에서 제대로 된 기량을 못 보여주고 있음이 못내 아쉽다. 그러나 08-09 시즌은 호흡이 길기 때문에 좀 더 많은 기회와 다변화된 엔트리 구성으로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예정이다. 많은 방송 경기 기회를 주고 자신감을 끌어올린다면 원투 펀치 외에 허리를 든든히 받쳐줄 선수들이 등장할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KTF라는 명문 게임단을 맡게 된 이지훈 감독. 그만큼 부담감도 심하겠지만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 역시 대단해 보인다. 30문30답의 말미 이지훈 감독이 추신으로 붙인 마지막 인사말로 이번 30문30답을 끝마칠까 한다.
PS : 30문30답을 마치면서...
재미있게 써보려고 시작은 했는데 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진지해지는 경향이 있었네요.
KTF는 젊어졌습니다. KTF는 달라졌습니다. 항상 승리하고 매번 웃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팬 여러분들의 따뜻한 사랑과 응원은 저희를 언제나 웃음짓게 합니다. 저희도 팬 여러분들께 항상 웃음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항상 KTF매직엔스를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서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번 시즌 KTF매직엔스. 반드시 좋은 모습으로 여러분 앞에 서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정말 진지해서 좀 놀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또 보게 되니 움찔 했던 부분도 있었고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마음이 아픈 부분도 있었지만..
어쨌든 NEW KTF, 新 KTF의 모습으로
요번 08-09시즌은 그 어느때와 다른 것을 보여줄거라 생각한다.
선수들을 사랑하고 KTF에도 팬들에게도 애정이 많은 감독님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ㅠ_ㅠ
(감독님~~~~~ 제발, 부디 그 마음 변치말아주세요 ㅠ)
토스 삼인방들에게 말씀 하신것도.......
감동적이얌 ; _ ;
어여 연패 탈출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p.s. 코칭 스탭들.....................
오래도록 KTF와 같이한 길만 코치님....... 그리고 병호 코치님....
도경 코치님 ㅋ............. 다 트러블 없이 잘 지냈으면 좋겠다.
문제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다 잘 헤쳐나가면서 해주실거라 믿는다♡
p.s. 감독님도 저그였던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짱좋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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